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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신년]새정부에 바란다/건강보험

[2003신년]새정부에 바란다/건강보험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3.02.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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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진(의협 보험이사)

건강보험

 

먼저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필자는 비록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의사의 한사람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 몇 가지 고언을 드립니다.


금년 상반기 민주당 경선후보 시절 충북 청주에서 후보 경선 토론회가 있었고 의료정책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셨습니다. “정책의 방향은 맞았는데 준비가 소홀했고, 시행과정에서 의사들의 자존심을 너무 상하게 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의료문제에 대한 혜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유감스럽게도 대선을 앞 둔 주장은 “복지 예산을 늘리고, 의료비는 줄이겠다 그리고 값싸고 양질의 의료를 추구한다”였습니다. 이는 매우 이율 배반적인 것입니다.

이 순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 딱 하나 있다면 미국과 EU의 내과 의사들이 천명한 선언, 즉 전문성은 의료가 사회와 맺은 계약의 기본이다(Professionalism is the basis of medicine's contract with society.)입니다. 물론 외국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 의사들은 전문성 혹은 자존심 하나로 해방 50여년을 지켜 온 것입니다. 양질의 의료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어느 선배님의 독백을 인용해 보면 “의료보험이 시작된 1977년 이래 벌써 25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시집, 장가들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것이 어찌 의사들의 비협조나 이기주의로 이렇게 될 수 있겠는가.

잘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최단 시일인 12년 만에 `전국민의보'를 달성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듯 의사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질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적어도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참사와 같은 비극이 의료분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우리 의사들은 이걸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모든 의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필자가 학생 시절 1970년대 중반 긴급조치로 대표되는 유신시대입니다. 성철 스님의 신년사로 기억됩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원래 법어는 해석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말이 모든 의사에게 주는 의미는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5년 전 국민의 정부는 6.25 이후 최대의 위기라던 IMF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사회안전망 구축이 당면한 과제였고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을 강행했습니다.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의료보험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이 문제는 의사, 약사, 행정관료 등 전문가 집단의 문제이자 전국민이 당면한 문제, 정치권의 현안으로 비켜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이념은 `자유민주주의', 경제의 원칙은 `시장경쟁의 원리'입니다. 의료의 문제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고려되어야 함에도 역대 정권에서 그렇지 못했습니다.

질 높은 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 재원 조달의 준비 없이 `의사집단만 동의해준다'면 하면서 언론을 포함한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그룹들이 의사집단을 철저히 왕따 시키고 국민과의 대결국면으로 구도를 설정하는데 천박스러울 정도로 집착했습니다. 이것은 독선입니다.

결국 근본적 문제는 대한민국의 기본이념이 하나의 원칙으로 의료문제에 적용되고 있지 않으며, 의료의 전문성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그러나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 순간까지 무원칙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네 탓 내 탓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건전한 정책의 입안과 시행을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시키는 데에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여러 집단이 상이한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한의사협회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첫째, 한국의 현실에서 보험의 완전 통합은 시기상조입니다.

한국과 같이 소득파악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회통합의 효과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여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국민과 의사들이 서로간의 신뢰상실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의료보험과 의약분업 정책은 연계,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2002년도 보험료 인상율 4.47%를 감안하여 추계할 때 2005년 수입은 19조 9,936억원에 불과하여 2005년에도 1조 2천억원의 은행차입이 예상되며 인구노령화, 수진율의 증가, 첨단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한 재정증가 요인이 연 20% 내외임을 감안할 때 계속적인 적자누적이 예상됩니다. 보건의료 재정확보를 위한 사회적인 합의와 노력이 절실합니다. 이와함께 2005년까지 보험과 분업은 획기적인 발상으로 연계하여 개선돼야 합니다. 이런 개선으로 연간 3조원 이상의 재정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됩니다.

셋째, 모든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맞추어야 합니다. OECD 국가치고 의사의 전문성이 존중되지 않고 성공적인 의료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는 전무합니다. 심사평가업무도 심사기준의 투명성·민주성 강화가 전제돼야 하며 정부·심사평가원·의료계가 심사기준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심사기준을 사전공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넷째, 새로운 제도는 재원조달 및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일례로 의약분업에서 보듯 정책의 성급한 시행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정책시행은 전문성을 고려하여 입안하고 시행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추진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과 의료계가 서로 만족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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